조프위키에 간단하게 답글을 달았지만 좀 더 길게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시작은
킬크로그에 올라온 글이었습니다. 이 글에 답글을 달리면서 여러 의견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을 것 같습니다
MS는 돈이 많으므로 게임폰을 만들기는 할 것 같다. 하지만 아이폰을 상대로 경쟁 하기에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 심지어 모바일 XBox 게임폰은 이제 유행이 지난 것이 아닐까?
MS가 정말 돈이 많기는 합니다만 자신의 영역을 마구 확장하는데 돈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그나마 가장 크게 돈을 쓴 곳이 XBox였죠.
잠깐 과거이야기를 해보죠. MS가 드림캐스트의 OS로 WinCE를 공급하면서 게임 시장에 한 쪽 발을 담궜습니다. 과거 MSX에 참여했던 기억도 있지만 너무 오래된 이야기니 미뤄두죠. (MSX의 기본 베이직이 MS-BASIC 1.0이었던 것을 기억해보세요) MS는 자꾸만 커지는 콘솔 게임 시장에 진입하고 싶어 했죠. 아시는 것처럼 쉬운 과정은 아니었습니다. XBox를 만들면서 커스터마이징 된 WinNT와 WinCE 기반의 게임기와 내부에서 피말리는 경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과정 중에 XBoy라는 프로젝트도 잠시 진행되다 멈췄고요. 이름을 보시면 무슨 프로젝트였는지 짐작하실 겁니다.
나온 결과물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XBox는 쏟아부은 노력에 비해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습니다만 Xbox360이 나올 수 있는 만큼의 입지는 다졌으니 그정도로 만족해야겠죠. 엄청난 돈으로 시장에서 버티면서 게임 업체들과의 관계를 계속 넓혀나가서 지금과 같은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닌텐도가 한 방식에 비해서는 좀 멀리 힘들게 돌아갔다고 볼 수도 있지만 미국의 대표적인 콘솔 중의 하나가 된 것은 엄청난 성공입니다.
문제는 이런 과거가 아이폰과 시장에서 싸울만한 모바일 제품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MS의 ZUNE은 아이팟과 경쟁하기 위해서 나온 제품입니다만 그다지 시장의 반응은 없었습니다. ZUNE HD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아이팟 그 다음일 뿐입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죠. MS는 정말 모바일 게임기를 만들 것인가. 제 생각에는 만들 것 같습니다. 엄청난 돈을 쓰면서 모바일 게임 플랫폼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은 무척 낮다고 생각합니다. 뚫고 들어갈 시장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이폰의 경쟁 제품이 나온다면 MS의 모바일 게임기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른 휴대폰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중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디자인적인 측면이나 아이폰이 가진 휴대폰으로서의 사용성에서는 경쟁력이 있는 것도 나오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폰의 시장이 아닌 대중적인 휴대폰 시장에서의 경쟁자로서 일뿐입니다. HW 기능적으로는 앞으로 나올 휴대폰들은 조만간 아이폰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애플은 아이튠즈와 앱스토어를 가지고 있죠. 음악과 비디오 온갖 종류의 어플리케이션을 팝니다. 물론 MS에게도 애플만큼 강력하지 않지만 콘솔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XNA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자신들이 만들 모바일 디바이스도 같이 연계되고 싶어할겁니다. 아이폰이 iMac의 리모콘 처럼 동작하듯이 모바일 Xbox도 Xbox360의 리모콘이 되기를 바랄겁니다. 그렇지만 맥과 아이폰을 사서 사용하는 사람들과 Xbox360을 사서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제력을 비교해보면 아무래도 아이폰 만큼의 고가의 제품은 힘듭니다. 구매 대상도 다르고 구매력도 딸립니다. 결국 저가의 시장 밖에 갈 수 없을 겁니다.
이쯤에서 예상되는 기능을 나열해보죠. 당연히 XBox 플랫폼이 하는 것은 다 되어야 겠죠?
- 음성 통화
- 무선 인터넷 (3G)
- PSP 정도의 그래픽 성능
- 수 기가 플래시 메모리에서 음악, 동영상 재생, 카메라, 화상 통화
- 게임 패드, 터치 스크린 제공
- XBox OS 탑재 (WinCE가 아닌)
- XBox360과의 연계
- XNA 계정과의 통합
- MSN 메신저 제공
MS가 빠질만한 유혹이 많이 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유혹은 아이폰과의 정면 대결입니다. Zune의 사례를 보면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MS가 성공할 지는 과거의 사례를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개발 중인 XBox가 MS Office를 실행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빌 게이츠가 엄청나게 화를 냈다고 하죠. 당연히 거실에 두는 윈도우즈 플랫폼이라 생각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성공 요인은 여기에 있었습니다. WinCE 처럼 작은 윈도우즈를 만들지 않고 철저하게 게임기로서 승부를 걸었던 것이죠. 이번에도 XBox의 모바일 버전으로서 집중을 하면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웹브라우저 띄워서 Hotmail로 메일 서비스를 Bing을 통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하고 이메일에 첨부된 MS Office 파일을 보게 하겠다고 하는 순간 정체성을 잃고 이류 아이폰 짝퉁으로 끝날 것입니다. 과연 인터넷 시대에 무선 인터넷이 연결된 제품에서 웹브라우저를 쓰지 않겠다고 할 수 있을까요? MS에도 그런 결정을 할만한 인재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분명한 것은 XBox 플랫폼을 지원하는 전용 폰을 만들면 그 시장의 경쟁자는 없다는 것입니다. 소니나 닌텐도는 뛰어들 영역이 아닙니다. 대략 100만대 이상이 팔리면 독자적인 플랫폼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MS가 그정도 돈은 있습니다만 플랫폼으로서 신뢰감을 주려면 초기에 100만대를 뿌리고 매년 꾸준히 단말기를 계속해서 저가에 제공하려면 만만치 않은 돈이 듭니다. 미국의 일반적인 휴대폰 가격인 $150 미만의 가격에 말이죠. 아이폰처럼 약정을 맺지도 않고 그냥 뿌려야 합니다. 최소 3년 이상을요.
아마도 한 대 당 적자가 $200 이상은 나올겁니다. 몇 대라고 그랬죠? 100만대 이상입니다. 3년동안 300만 대 정도 팔았다고 가정하면 6억 달러정도 됩니다. 원화로 7500억원 정도 되죠. 더 많이 팔리면 더 적자를 보겠죠. 개발비와 게임 개발을 위한 지원 비용은 제외한 것입니다. 그래도 현금이 많은 MS가 그정도는 쓸지도 모릅니다. 웬만한 닷컴 하나 인수하는 비용보다는 쌉니다. 유튜브가 16억5천 달러 정도 했으니까요. 만약 독자적인 게임 플랫폼으로 살아남는다면 가치가 있습니다.
과연 MS가 어떤 제품을 내놓을까요. 아이폰을 흉내낸 제품? 아니면 정통 Xbox의 후계자?
무척 궁금해지네요.
@모루